닻별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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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잘 있어? 네가 쓰다 지운 메일들이 오로라를 타고 이곳 하늘을 지나가. 누군가 열없이 너에게 고백하던 날이 지나가. 너의 포옹이 지나가. 겁이 난다는 너의 말이 지나가. 너의 사진이 지나가. 너는 파티용 동물모자를 쓰고 눈물을 씻고 있더라. 눈밑이 검어져서는 야윈 그늘로 웃고 있더라. 네 웃음에 나는 부레를 잃은 인어처럼 숨 막혀. 이제 네가 누군지 알겠어. 있잖아, 잘 있어? 네가 쓰다 지운 울음 자국들이 오로라로 빛나는, 바보야, 여기는 잊혀진 별 명왕성이야.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나는 너희 인간들이 상상도 못할 것들을 봐왔다. 오리온의 어깨에서 불타오르던 전투함들. 탄호이저 게이트 부근의 암흑 속에서 반짝이던 C-빔들을 보았지. 그 모든 순간들이 시간 속으로 사라질 거야. 빗속의 눈물처럼. 죽을 시간이야.
쭉 이어져요. 이해가 되세요? 다하우 수용소를 지나고 유년기를 지나 바퀴벌레와 여행용 가방, 미국을 지나서 내가 살아온 아메리칸 드림까지 이어지죠.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이 잡음이, 이 빌어먹을 멋진 열기가 쭉 이어진다고요. 우주 제일 첫 순간의 소리예요. 빅뱅이 남긴 열기죠. 아직 식지 않은 3도입니다. 모든 곳에 있어요.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어요. 150억년 된 거죠.
저 점을 다시 보세요. 저것이 바로 이곳입니다. 저것이 우리의 고향입니다. 저것이 우리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들어보았을 모든 사람들, 존재했던 모든 인류가 저 곳에서 삶을 영위했습니다. 우리의 모든 즐거움과 고통이, 우리가 확신하는 모든 종교, 이념, 경제 체제가,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가, 모든 영웅과 겁쟁이가, 모든 문명의 창시자와 파괴자가, 모든 왕과 농부가, 사랑에 빠진 모든 젊은 연인들이, 모든 어머니와 아버지가, 희망에 찬 모든 아이가, 모든 발명가와 탐험가가, 모든 도덕 선생님들이, 모든 부패한 정치가가, 모든 인기 연예인들이, 모든 위대한 지도자들이,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저곳 -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입니다. 지구는 우주라는 거대한 ..
a.k.a NGC 2936 & NGC 2937 & PGC 1237172
NASA, ESA and Jesús Maíz Apellániz (IAA, Spain); Acknowledgement: Davide De Martin (ESA/Hubble)
a.k.a World and Peace Nebula X-ray: NASA/CXC/PSU/L. Townsley et al; Optical: UKIRT; Infrared: NASA/JPL-Caltech